회의 주제,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요?
회의 주제를 '어떻게 하면' 질문으로 만들어봅시다.
학생자치 담당 부장님께 메시지가 왔습니다. '학교폭력 예방의 실질적인 방안을 학급에서 이야기 나눠보세요. 학급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전교 학생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처음 든 생각은 '도대체 무엇을 회의하라는 거지? 회의에서 도출되었으면 하는 결과물이 무엇이지?'였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초등학생에게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이는 초등학생에게 교육감이 되어 정책 제안을 해보라는 격이었습니다. 회의 주제는 손에 잡혀야 합니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딱 감이 와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회의 주제를 질문으로 만들려면 아래의 고민을 거쳐야 합니다.

1. 회의의 목적과 의도를 파악합니다.
학교폭력 예방의 실질적인 방안을 초등학생에게 묻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교육청 차원의 정책 제안을 하란 뜻은 아닐 것입니다. 초등학생으로서 함께 실천해 볼 수 있는 학교폭력 예방 방법을 찾는 것이 목적입니다. 회의의 목적과 의도가 분명해야 안건도 분명해집니다. 회의를 왜 하려는지 그 목적과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2.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생각의 물꼬를 트는 질문이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으로 시작하면 주제를 손쉽게 '해결책을 찾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위의 주제를 바꾸어봅시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3. 질문을 받을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꺼내기 쉽습니다. 질문을 받을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질문을 만들어봅시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4. '살짝 닫힌 문' 같은 질문을 합니다.
너무 열린 질문은 광범위해서 어느 것을 답해야 할지 당황하게 됩니다. 반면에 너무 닫힌 질문은 사고를 좁힙니다. 이런 질문은 답변의 범위도 좁아 국소적 문제 해결에만 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질문을 살짝만 닫아야 합니다. 반쯤 열린 질문, 즉 '살짝 닫힌 문' 같은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신체적 폭력, 언어폭력, 따돌림, 금품 갈취, 사이버 폭력 등입니다. 각각의 유형에 대한 예방 방안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반쯤 열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남에게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욕이나 패드립을 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친구를 따돌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친구의 돈이나 물건을 빼앗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친구들 간의 사이버 폭력을 줄일 수 있을까요?
위와 같은 질문은 교사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만들면 좋습니다. 필자는 앞서 학생들과 '학교폭력의 유형'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므로 위의 질문을 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5. 기준에 따라 질문을 점검합니다.
질문 브레인스토밍이 끝났다면 기준에 따라 질문을 점검해야 합니다. 통합, 구분, 해결 가능성, 중요도와 가치, 시급성 등이 질문을 점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통합) 비슷해서 묶을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인가?
- (구분) 두 주제로 나누어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 (해결 가능성)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인가?
- (중요도와 가치) 중요도와 가치가 더 큰 질문은 무엇인가?
- (시급성) 먼저 해결해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회의의 질은 질문의 질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좋은 질문을 던져야 좋은 회의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회의 안건이 나왔으니 이에 따른 회의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학교폭력 유형에 따라 구분한 질문만으로도 5가지나 됩니다. 그렇다면 다섯 번의 회의가 필요한 걸까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을 중심 질문으로 두고 세부 질문을 다섯 모둠이 나누어 토의하여 종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회의 주제 즉 안건을 '어떻게 하면' 질문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삶과 연계된 질문으로 바꾸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회의의 목적과 의도를 파악하고 질문을 받는 사람인 학생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결과물로 한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질문은 너무 포괄적이기보다는 반쯤 열려 말하는 사람의 삶과 맞닿는 질문으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구체적이지만 국소적이지 않은 사고할 수 있는 질문인지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쳐 질문을 다듬었습니다. 질문은 학교폭력의 유형을 떠올리며 학생들이 스스로 찾았습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남에게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욕이나 패드립을 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친구를 따돌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친구의 돈이나 물건을 빼앗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친구들 간의 사이버 폭력을 줄일 수 있을까요?
회의의 질은 질문의 질에서 결정됩니다.